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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정보

은행 채취 기동반 출동! 냄새 걱정은 빼고 노란 단풍은 남기고

by 여.일.정.남 2024.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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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 편성·운영
늦가을 샛노랗게 단풍 든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아름답다. ⓒ윤혜숙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다. 가을이 기다려지는 건 활동하기 좋은 시원한 날씨에 이어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자연을 바라보는 즐거움 덕분이다. 가을이면 울긋불긋 혹은 샛노랗게 물드는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 10월이면 전국 곳곳으로 단풍놀이를 떠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길거리나 공원 등에서 얼마든지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도로변에 조성한 가로수가 있어서 집을 나서기만 하면 단풍이 눈앞에 있다.
명품 가로수길로 선정된 청계천 이팝나무길 ⓒ산림청
서울시는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가로수 생육환경 개선 및 가로변 녹지량 확충 사업을 시행 중이다. 가로수의 건전한 생육기반을 확대하고, 가로변 유휴지에 해당하는 중앙분리대, 보도 유휴지, 안전지대, 고가 하부 등을 활용하여 녹지공간을 만들어 도심 생태계 연결성을 유지함으로써 아름답고 안전한 보행환경 향상에 이바지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런 결과로 서울시 곳곳의 가로수가 명품 가로수길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청계천 이팝나무길이 지난 2023년 산림청이 선정한 명품 가로수길로 선정된 바 있다.

2022년 서울시 가로수 현황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가로수는 총 1,613노선에 29만 5,857그루이며, 수종별로는 은행나무, 양버즘나무, 느티나무 순으로 많다. 서울시는 해당 통계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가로수 수종 중 은행나무가 가장 많다. ⓒ윤혜숙
가로수 수종 중에서 은행나무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나무(학명: Ginko Biloba)는 가로수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가을철 샛노란 단풍을 제공하고,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며 병해충에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 중순부터 떨어지는 열매의 악취로 인해 고역이다. 때문에 서울시와 각 자치구로 접수되는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 열매에서 나는 악취는 껍질에 포함된 비오볼(Bilobol)과 은행산(Ginkgoic Acid)이라는 물질에서 나오며, 이 냄새가 씨앗을 곤충으로부터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은행나무 열매는 은행나무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 열매가 열리는 은행나무 암그루에 그물망을 설치해 둔 모습 ⓒ윤혜숙
  • 은행나무 열매가 익어서 황색으로 바뀌면 그물망 아래로 떨어진다.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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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가을철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악취와 보행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도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9월 셋째 주부터 본격적으로 자치구와 함께 은행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지기 전 은행 열매를 채취하기 위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모든 은행나무에서 열매를 채취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로, 암나무와 수나무가 있다. 열매는 암나무에서 열리며, 수나무에서 꽃가루가 날아와 수분한다. 가을이면 은행나무 암그루에서 열매가 열린다. 그 열매가 떨어져 바닥에 뒹굴면서 심한 악취가 난다. 작업대상은 은행 열매를 맺는 암나무 2만 5,127그루이며, 전체 은행나무 가로수 10만 2,794그루의 24.4%에 해당한다.
  •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운영하고 있다. ⓒ윤혜숙
  • 바닥에 떨이진 열매를 쓸어 담고 있다.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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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9월 1일부터 25개 자치구에서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편성·운영하고 있다. 열매가 많이 맺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 열매가 떨어지기 전 미리 채취하고, 시민 불편 민원 접수 시 신속하게 처리하는 ‘은행 열매 수거 즉시처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 열매로 인한 불편이 있을 경우, 서울시 응답소(☎ 120) 또는 자치구(공원녹지과, 푸른도시과)에 전화 접수를 하면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 [관련기사] 가을 맞아 은행 털어요! 악취 유발하는 열매 조기 채취에 총력
  • 행인이 많은 곳에 있는 은행나무 암그루에 그물망을 설치해 뒀다. ⓒ윤혜숙
  • 은행나무 열매가 그물망을 거쳐 아래 자루에 담긴 모습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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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길을 가다가 신촌 경의⋅중앙선역 앞 가로수길에서 진귀한 풍경을 봤다. 은행나무에 그물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게 뭐지?” 하면서 그물망이 설치된 나무를 올려다봤다.

아직 단풍이 물들지 않은 녹색의 잎사귀 사이에 황색의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은행나무였다. 나무에 열매가 열리는 것은 수확을 의미하는 좋은 징조다. 그런데 가로수길의 은행나무라면 열매의 존재가 반갑지 않다. 황색의 열매가 바닥에 떨어지면 심한 악취를 풍긴다.

그물망으로 떨어진 열매는 나무 아래의 자루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자루를 열어보니 은행 열매가 낙엽 더미와 함께 담겨 있다. 하지만 모든 은행나무 암그루에 그물망을 설치하진 않았다. 그물망 설치 수량과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통행량이 많고 역 주변, 민원이 많이 발생했던 구간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설치했다. 그리고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이 은행나무길에 출동해서 열매 조기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진동수확기가 은행나무 암그루를 흔들면 바닥으로 열매가 떨어진다. ⓒ윤혜숙
  •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이 바닥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를 쓸어 담고 있다.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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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는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진동수확기를 활용해서 은행나무 열매 조기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26일 오전에 아현가구거리에서 신촌역 방향으로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신촌로, 통일로, 모래내로를 중심으로 서대문구 암그루 1,297주 중 약 523주가량을 대상으로 작업한다고 했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은행나무 열매 조기 제거 작업을 지켜볼 수 있었다. 길을 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고 있다. 교통을 통제한 뒤 진동수확기 차량이 멈춰서서 암그루의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그러자 나뭇가지에 매달린 열매가 우수수 떨어진다.

바닥에 수북이 떨어진 열매를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으로 출동한 서대문구 푸른도시과에서 빗자루로 쓸어서 부대에 담고 있다. 은행나무 암그루를 식별하기도 쉽지 않았다. 나무의 외관상 암수의 차이가 거의 없다. 가을에 열매가 열리는 것으로 쉽게 암수를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푸른도시과에서 암그루에 표찰을 달아두기로 했다고 한다.
은행나무 열매를 조기 채취하는 모습을 길 가던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윤혜숙
은행나무 열매 조기 제거 작업을 오랜 시간 지켜보는 시민이 있어서 인터뷰했다. 식물을 연구하는 시민은 은행나무 열매를 조기에 제거하는 작업을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예전에 은행나무 암그루를 베어버리는 것을 봤어요. 그것보단 은행나무를 살려둔 채 열매만 제거하는 게 훨씬 낫긴 합니다. 하지만 은행나무 열매를 조기에 제거하면 그 열매를 활용할 수 없어요.”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렇다면 그에게 대안을 물어보니 “신촌 쪽에서 은행나무에 그물망을 설치한 것을 봤어요. 그물망을 설치해두고 열매가 익어서 저절로 떨어지게 한다면 그 열매를 약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텐데요. 모든 암그루에 그물망을 설치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 방안이 은행나무를 위해선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시민의 의견처럼 서울시에서도 은행나무 암그루 자체를 제거하는 것은 가급적 지양하고 있다. 대신 열매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열매를 조기에 채취하고, 암나무 표찰을 설치하여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 
  • 은행나무 열매를 쓸어모아서 자루에 담고 있다. ⓒ윤혜숙
  • 은행나무 열매를 담은 자루가 트럭에 가득 쌓여 있다.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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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은행나무 암그루에 그물망을 설치해서 열매가 익어서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서대문구 푸른도시과 관계자에 따르면, 그물망 설치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예산이 가장 많이 들어가므로 일시에 모든 암그루에 그물망을 설치할 수 없단다. 해마다 그물망 설치를 늘려가는 식으로 하다 보면 언젠가는 모든 암그루에 그물망이 설치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가 자루에 가득 담겼다. 열매를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다. 자치구마다 다를 수 있는데 서대문구는 올해 전량 폐기한다고 했다. 은행나무 열매 조기 제거 작업이 끝났어도 아직 나무에 매달려 있는 열매가 있을 수 있다. 그게 바닥에 떨어지면 가로수길을 담당하는 환경미화원이 열매를 쓸어 담고 있다.  
은행나무길을 걸으면서 열매로 인한 악취가 사라지니 기분이 상쾌했다. ⓒ윤혜숙
가로수의 존재로 인해 삭막한 도시에 푸르른 자연을 옮겨 놓은 것 같다. 시민들의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가로수는 그저 주어진 게 아니다. 지금의 가로수가 있기까지 가로수를 심고, 가꾸기 위해 애쓰는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다. 비단 은행나무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앞으론 가로수길을 거닐면서 가로수를 지키는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더욱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봐야겠다.     

출처:서울특별시, 내 손안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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