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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정보

장애인콜택시 150% 확보 추진…약자를 위한 서울 택시의 변화

by 여.일.정.남 2025.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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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

박한슬 작가의 ‘숫자로 보는 서울 이야기’ (2) 장애인콜택시

업무 특성상, 외신 보도들을 참고해야 할 일이 많다. 역시나 가장 반가운 건 해외 매체에서 우리나라 소식을 접할 때다. 최근엔 유독 궂은 일이 보도되는 빈도가 늘긴 했으나, 꾸준히 외신을 읽다 보면 생각 이상으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관심을 많이 갖는단 걸 느낀다. 문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우리의 새로운 위상이 실감난달까. 그런데 2021년엔 퍽 흥미로운 기사가 《뉴욕타임즈》에 실린 일이 있다. 바로 한국의 ‘100원 택시’ 얘기다.

충북 서천군은 전국에서 최초로 ‘100원 택시’를 도입한 지자체다. 지금은 유사한 개념의 교통수단이 각 지역 지자체에 꽤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낯선 분들이 계실 테니 간단히 부연하면 이렇다. 우리나라의 읍·면 지역은 대중교통이 열악한 곳이 많다. 적은 수의 인구가 여러 마을에 분산되어 거주하는 데다, 마을 간 거리가 멀어 운행 시간이나 운행 빈도를 경제성 있게 갖추기가 어렵다. 그러니 주민들이 자가용을 운전하고, 그러면 수요가 줄어 재차 대중교통 성립이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게 ‘100원 택시’다.
뉴욕타임즈 누리집 화면 ⓒThe New York Times
서천군의 계산을 살펴보자. 23개의 교통 취약지에 버스를 운행하려면 버스 2대가 필요하고, 연간 비용은 2억 원 정도가 든다. 그런데 교통 취약지 거주민은 100원만 내고, 택시비 차액을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형태를 취하면 연간 8,000만 원 정도로 마을에서 읍내로 이동하는 정도의 비용을 충분히 댈 수 있다. 공공(公共)이 대중교통을 설치해 운영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민영(民營) 택시 사업자들에게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형태로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식의 교통망이 완성됐다. 이념에 따른 갈등 대신 약자에 대한 교통 접근성과 경제적 효율성까지 잡은 사례다.

굳이 서울과 동떨어진 지방 얘기를 꺼낸 건, 서울에도 교통 약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노선만 11개에 촘촘한 주간 버스 노선들, 그리고 ‘올빼미버스’라 불리는 N번 심야버스도 다니는 광역 대도시에서 교통 접근성을 논하는 게 황당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서울시에도 잘 보이지 않는 교통 약자들이 있다.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신체적인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을 받는 지체장애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휠체어 등의 보행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이들은 여전히 교통 이용에 제한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콜택시라는 별도의 교통수단을 시 차원에서 보조하고 있다. 그런데 그 대기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게 문제다.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시의 장애인콜택시는 782대다. 이용을 위해 등록한 장애인 회원 수가 4만 387명이니, 택시 1대가 약 52명의 장애인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가 긴 대기시간이다. 이동을 위해 장애인콜택시 한 번 부르면 2023년엔 47분, 2024년엔 41분을 기다려야만 겨우 탑승을 할 수 있었다. 장애인도 출근과 퇴근을 경험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출퇴근 시간대에 저런 긴 시간을 대기하면 사실상 이용을 못 한다. 교통 취약지인 지방에서 각자 자가용을 구비하듯, 장애인도 출퇴근 시켜줄 가족이 없으면 출퇴근이 어렵다.

이런 상황을 타계하고자 서울시는 법적으로 규정된 최소치만 지키는 수준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약자와의 동행’을 위해 2025년 말까지 법적 기준의 150% 수준으로 장애인콜택시를 늘릴 계획이다. 덕분에 2025년 3월 기준으로 대기시간이 30% 정도 더 줄어, 32분을 기다리면 차량 이용이 가능해졌다. 여전히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2021년부터 장애인콜택시를 꾸준히 늘려 교통 약자의 불편이 줄었단 건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공공에게만 운영을 맡기는 게 아닌, 법인 택시의 유휴자원을 활용하여 상생방안을 마련해 효율성을 높였다. 서울시 판 ‘100원 택시’와 유사하게 민간에서 운행 중인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대형 차량 법인 장애인콜택시도 더불어 운용하잔 것이다.

장애인콜택시 연차별 확충계획

구분2021년2022년2023년2024년2025년
운행대수(증차분) 632대(12) 662대(30) 692대(30) 782대(90) 854대(72)
법정기준 충족률 111% 116% 122% 137% 151%

※ 법정기준 대수(중증보행장애인(’23년 85,305명) 150명당 1대) : 569대


아예 중증보행장애인 중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일반 중형택시 이용 시 이용금액을 바우처 형태로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는, 교통 약자의 접근성도 높이면서, 공공(公共)이 운영해야만 한다는 이념에서도 벗어나 경제적 효율화를 꾀하는 방식이다.

혹자는 이런 제도가 오직 장애인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지나치게 특정 인구 집단에게만 혜택을 주는 게 아니냐는 건데, 사실 그렇지는 않다. 장애인들의 교통 접근성을 높이는 게, 장기적으로 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 노령화 대책이기도 해서다.

연령 및 기초연금 수급 여부별 만성질환 진단율

(단위: %)

연령 구간기초연금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관절염요통,좌골신경통
65~69세 수급 64.1 36.7 25.4 11.6 8.1
비수급 49.3 37.8 17.1 8.1 7.6
70~74세 수급 70.1 41.9 32.6 13.1 12.4
비수급 58.8 37.5 22.5 10.1 9.2
75~79세 수급 74.6 50.4 39.4 20.6 13.3
비수급 69.0 37.1 28.7 10.7 9.0
80세이상 수급 76.1 43.8 42.1 23.3 15.1
비수급 65.5 35.9 42.0 18.6 11.7
전체 64.2 40.1 29.5 13.9 10.5

출처 : 2024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서울시복지재단)

2024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인의 13.9%는 관절염 등 보행 기능 악영향 요인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기초연금 수급자로 범위를 좁히면, 60대 노인의 11.6%만이 관절염이 있는 것에 비해 80대 이상 노인에서는 23.3%가 관절염이 있는 걸로 확인됐다. 연령에 따라 보행 기능이 더 떨어지게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결국은 이들 고령인구도 보행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준(俊) 보행장애 상태에 놓이게 되므로, 장애인 교통접근권을 높이는 조치들은 단순히 현재 장애인의 복지에만 도움 되는 게 아니라 장래 고령인구를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이번 서울시의 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다른 지자체들은 충분히 벤치마킹 할 수 있다. ‘100원 택시’의 성공 사례가 널리 퍼졌듯,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민영 택시가 전국 장애인에게 새로운 발이 되어 주길 바란다.

 서울시설공단 장애인콜택시 이용안내 1588-4388
 비휠체어 장애인 바우처택시 이용안내 장애인콜택시 회원 1588-4388 / 장애인복지콜 회원 1800-1133

출처:서울특별시, 내 손안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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