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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정보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의 혁신은 계속된다!

by 여.일.정.남 2025.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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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85) 보행 안전을 위한 다양한 횡단보도와 신호등
보행자가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횡단보도 ©구로구청
자동차는 보행자보다 훨씬 무겁고 빠르다. 운동량은 질량과 속도에 비례하므로, 둘이 부딪히면 가볍고 느린 보행자가 매우 큰 충격을 받는다. 이 때문에 큰 도로에는 횡단보도를 설치하여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장소를 만들어 둔다. 또한 신호등을 설치하여 보행자가 안전한 시간까지 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횡단보도에서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단횡단도 아니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사고를 당한다면 보행자로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보행자 입장에서도 횡단보도는 불편한 요소이다. 원할 때 길을 건너지 못하고 신호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격자형 도로를 건너갈 때는 교차로마다 멈춰 서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려야 하므로 통행 시간 낭비도 심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를 비롯한 관계당국에서는 안전하고 편리한 횡단보도를 만들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볼 수 있는 새로운 횡단보도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활주로형 횡단보도 ©서초구

① 활주로형 횡단보도

첫째는 활주로형 횡단보도다. 공항의 활주로를 밤에 보면, 다양한 불빛이 설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항행안전시설 중 항공등화라고 하며 각종 법규에 따라 체계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중에서 활주로 양쪽에 설치되어 야간에도 활주로를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을 '활주로등(Runway Edge Lights)'이라고 부른다.

활주로형 횡단보도는 활주로등에 착안하여 횡단보도 양쪽 끝에 일정 간격으로 바닥 조명등을 설치한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보행자와 운전자가 야간이나 우천 시에도 이곳이 횡단보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전구는 LED를 사용하여 수명이 길고 전력 소모량도 적다. 아울러 반짝임을 통한 시인성 개선, 계절별 일출·일몰 시간을 고려한 자동 점등, 조도센서를 이용하여 날씨 때문에 어두워지면 자동 점등 같은 다양한 첨단 기능을 갖추었다.
활주로 양쪽 가장자리에 있는 활주로등 모습 ©한국공항공사
야간에 횡단보도가 잘 보이지 않다 보니 운전자들이 횡단보도인지도 모르고 빠르게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보행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 특히 신호등이 없는 무신호 교차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활주로형 횡단보도에서는 바닥 조명으로 횡단보도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므로 횡단보도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활주로형 횡단보도는 서초구에서 시작되어 적극행정으로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현재 서울의 다른 구를 포함해 전국 지자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서초구에 따르면 활주로형 횡단보도 설치 후 사고 재발률이 1% 이하였다고 하니, 그야말로 보행자의 생명을 지켜주는 횡단보도라고 할 만하다. 
국내 최초의 대각선 횡단보도(용두동) ©서울시

② 대각선 횡단보도

둘째는 대각선 횡단보도다. 영어로는 'Pedestrian Scramble'이라고 한다. 계란 요리의 한 종류인 스크램블 에그가 계란을 이리저리 풀어 헤쳐 만든 것처럼, 대각선을 포함한 횡단보도 전체에 사람들이 섞이면서 걷는 것에 비유한 이름이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의외로 역사가 꽤 깊은데, 국내 최초의 대각선 횡단보도는 1984년에 설치된 동대문구 용두동의 오스카극장 앞 삼거리라고 한다. 현재 오스카극장은 없어졌고, 이곳 위치는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1, 6번 출구 쪽의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 2번 출입구 앞이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안전과 편리, 효율까지 잡은 1석 3조의 횡단보도다. 우선 기존 'ㅁ'자형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 신호가 켜질 때 그쪽으로 차량이 우회전을 하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차량은 보행자 때문에 맘 놓고 우회전을 할 수가 없고, 보행자는 우회전 차량에게 위협을 당하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각선 횡단보도에서는 모든 차량을 빨간불로 막아 놓고 보행자신호를 주기 때문에 보행자가 안심하고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 안 그래도 최근 교차로 우회전시 보행자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보니, 교차로 적색 우회전시 일시정지를 의무화하고 우회전 신호등을 도입하는 등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각선 횡단보도는 교차로 우회전 사고를 근본부터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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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선 횡단보도 ©부산북구청
한편 보행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할 때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하는 것이 한 번으로 줄어들어서 편리해진다. 가로 세로 두 번 이동하는 것에 비해서는 대각선으로 한번 이동하는 게 거리는 확실히 짧다. 다만 시간적으로는 장단점이 유동적인데 여러 번의 횡단보도 대기 시간을 하나로 묶어서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이 나쁘면 예전보다 더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운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정면 녹색불에 우회전을 하려고 해도 우측 횡단보도에 녹색불이 들어와 있어서 사실상 통과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대각선 횡단보도에서는 직진과 우회전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되어 편리하다.
대각선 횡단보도 ©부산기장군
교통운영 측면에서 대각선 횡단보도의 또 다른 장점은, 교차로의 방향별 교통수요에 맞게 차량신호시간을 적절히 배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ㅁ'자형 횡단보도 체계에서는 동시에 녹색으로 켜지는 보행자 신호와 차량신호의 짝(pair)이 존재한다. 그런데 횡단보도 길이와 보행 속도를 고려할 때 보행자 신호의 길이는 일정 이상 짧게 할 수가 없다. 그러면 그에 대응되는 차량 신호도 일정 시간 이상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차량신호 방향의 교통량이 많지 않다면 이는 신호시간의 낭비가 된다. 이에 따라 다른 쪽 방향에서는 자동차가 무의미하게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대각선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 신호와 차량통행 신호가 별개이므로, 차량통행이 적은 방향에 대해서는 차량 신호시간을 매우 적게 주는 것이 가능하다. 결국 이를 통해 여러 방향별 차량 신호 시간들의 최적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빨간불 남은 시간 안내 보행 신호등 ©서울시

③ 적색 잔여시간 표시 보행자 신호등

마지막으로 적색 잔여시간 표시 보행자 신호등이 있다.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등은 적색과 녹색, 둘뿐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보행신호등에서 녹색이 오랫동안 켜져 있다가, 녹색이 깜빡이기 시작하기 시작하면 곧바로 빨간색으로 바뀌었었다. 즉 점멸신호가 전체 녹색신호의 1/3 정도로 짧았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 이것이 반대로 바뀌었다. 일단 녹색 신호등이 켜진 후, 금방(4~7초 후) 점멸신호로 바뀐 후 한참 있다가 적색으로 바뀌는 형태가 되었다. 도로교통법에서도 녹색 점멸이 시작되면 횡단보도에 들어가지 말라고 규정하였다. 즉 과거에는 보행자 녹색 점멸은 이제 녹색 신호가 끝나가니 빨리 횡단보도에서 나가라는 뜻이지만, 현재의 녹색 점멸은 정상적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이라는 뜻이 된 셈이다.

이러다 보니 보행자들은 녹색 점멸이 시작되면 남은 횡단보도를 건너긴 해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불안감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녹색 잔여시간 표시기이다. 녹색점멸이 시작된 후 남은 점멸신호의 시간을 숫자나 막대그래프로 알려줌으로써, 보행자가 빨리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너가야 할지, 그냥 여유 있게 걸어서 가도 될지 알려주는 것이다. 현재 이 같은 녹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 도입되어 잘 쓰이고 있다.
녹색 잔여시간 안내 보행 신호등 ©강남구청
그런데 한 가지 더 알고 싶은 것이 바로 적색 잔여시간이다. 보행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녹색 불을 기다리는데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모르면 매우 답답하다. 특히 서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교통약자에게는 큰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덥거나 비가 오거나 하면 더욱 힘들다. 조금 떨어진 곳의 벤치나 그늘에서 기다리다가 때 맞춰 횡단보도로 이동하면 좋은데, 언제 초록불이 나올지 알 수 없으니 무작정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적색신호가 너무 길어지면 일부 보행자는 그냥 무단횡단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 녹색신호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 자체를 줄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남은 시간이라도 알려주면 무단 횡단방지에 도움이 된다.
빨간불 남은 시간 안내 보행 신호등의 다양한 형태 ©경찰청
그래서 현재 서울시는 작년부터 이용자가 많은 6차선 이상 횡단보도 350개에 ‘빨간불 남은 시간 안내 보행 신호등’을 설치하기 시작하였으며, 올해 800개를 더 설치하고, 2030년까지 약 4,000개 횡단보도에 설치를 할 예정이다. 새로운 신호등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좋으며,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들고 있다.

한편 빨간불 남은 시간 안내 보행 신호등의 흥미로운 점은, 초록불 남은 시간과 달리 5초부터는 표시가 꺼진다는 것이다. 이는 빨간불 숫자가 줄어드는 것만 보고 있다가 3, 2, 1 후 녹색 신호로 바뀌자마다 횡단보도로 뛰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아무리 보행자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일단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살펴본 후 횡단보도 보행을 시작해야 한다. 즉 마지막 5초 동안은 더 이상 빨간 숫자만 쳐다보지 말고, 좌우를 한번 둘러보라는 뜻에서 그렇게 설정한 것이다.
강남대로 횡단보도 ©강남구청
횡단보도는 자동차와 보행자가 공간적으로 겹치는 곳이다. 비록 신호등을 통해 시간적으로 분리를 해두긴 하였지만, 둘이 만나면서 사고가 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신호등이 없는 무신호 횡단보도는 시간적인 분리조차 안 되기 때문에 더욱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보다 새로워진 활주로형 횡단보도, 대각선 횡단보도, 빨간불 남은 시간 안내 보행 신호등은 보행자의 안전과 교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에 더 많은 보행자 친화형 횡단보도가 생겨서 안전과 편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를 기대한다.
횡단보도 주의표지와 지시표지 ©경찰청

횡단보도 주의표지와 지시표지 어떻게 다를까?

교통표지판 중에 횡단보도 표지는 2개가 있다. 빨간 삼각형 테두리와 노란 바탕 위에 검은 색으로 그려진 주의표지(132)와 삼각형에 가까운 오각형의 파란 바탕위에 흰색으로 그려진 지시표지(322)다. 이름도 똑같이 ‘횡단보도’다. 이 둘은 어떻게 다른 걸까?

쉽게 말하면 주의표지는 자동차용, 지시표지는 보행자용이다. 주의표지는 시설예고표지의 일종으로서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운전자에게 횡단보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설치한다. 따라서 횡단보도 바로 앞이 아니라 횡단보도 전방 50~120m 위치에 설치한다. 운전자가 미리 확인하고 속도를 줄이거나 주의를 할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시표지는 보행자 지시용이다. 따라서 지시표지는 횡단보도 바로 앞에 설치된다. 보행자용 신호기가 있을 때는 노면표지만 설치하지만, 비포장도로이거나 보행자와 차량의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는 지시표지를 세워 횡단보도임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횡단보도 바로 앞 도로에는 마름모꼴 모양의 횡단보도예고(529) 노면표지를 설치하여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침범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횡단보도예고 노면표지와 대각선 횡단보도 노면표지 ©경찰청

출처:서울특별시, 내 손안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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