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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정보

젊은 예술가들의 독립출판물·아트북을 한자리에! '서울아트북페어 2024'

by 여.일.정.남 2024.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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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제16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아트북페어’가 열렸다. ©김은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 진풍경이 펼쳐지는 날들이 있다. 문을 열기 전부터 시민들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는 오픈런이 이루어진 것이다. 몇백 명이 긴 줄을 서는 이유는 제16회 언리미티드 에디션 - 서울아트북페어 2024에 참여하기 위함이다.

2009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아트북페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독립출판 행사이자 예술가와 출판사가 한자리에 모여 독립출판과 아트북을 선보이는 축제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으며 줄여서 ‘UE’, ‘언리밋’, ‘UE16’ 등으로도 불리고 있다. 지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 동안 무료로 참가할 수 있었던 ‘UE’는 무엇보다 국내 창작자뿐 아니라 국외 창작자까지 함께하는 시간으로, 올해는 225팀 이상의 창작자가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고 관람객과 소통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올해 ‘UE’에서는 역대 최대의 해외 창작자와 서울시, 노플라스틱선데이, 스티비, 슬로우스테디클럽, 토스플레이스, 한국파이롯트, 희녹 등 여러 후원사가 참여해 더욱 풍성하게 열렸다. 이외에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었고, 페어 현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신작, 굿즈, 아트 작품 및 이벤트가 준비되었다.
올해는 책을 매개로 활동하는 국내외 창작자 225팀이 모여 새로운 작업을 발표했다. ©김은주
선착순으로 부직포 가방과 노플라스틱선데이에서 제작한 랜덤 알파벳 키링을 제공했다. ©김은주

독립출판과 아트북의 축제

‘UE’가 시작하는 오후 12시, 한참 전에 도착했지만 길게 늘어선 줄을 서야만 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 들어가니 선착순 1,000명에게 부직포 가방과 노플라스틱선데이에서 제작한 랜덤 알파벳 키링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분홍색 부직포 가방이 주는 산뜻함에 기분이 좋아진다.

미술관 로비에서는 2024 공식 굿즈인 타이벡 가방과 UE16 모자, 티셔츠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는데, 제작사인 슬루우스테디클럽만의 독특한 미감을 느껴볼 수 있었다. 텅 비어 있던 미술관의 빈 공간들이 참가팀들의 개성 넘치고 열정 가득한 작품과 결과물들로 하나둘 채워지니 어느새 이곳은 미술관이 아닌 축제가 열리는 현장이 됐다.
‘UE’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창작자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김은주
책을 구매하고 저자의 사인을 받는 구매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김은주
“이 책은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제가 일상에서 마주한 풍경을 그림으로 그린 이 책은 크기를 달리해 재미 포인트를 더하고 제본해서 저만의 미감으로 만들어 봤어요.”

창작자에게 제품을 만들게 된 계기와 방법 등의 질문이 오가는 각각의 부스의 모습은 독립출판과 아트북을 애정하는 취향을 가진 자들이 교감하는 시간이었다. 평소 누리소통망(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며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이 마치 스타를 만나는 것처럼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으며 창작자와 관람객이 하나 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으며 책과 인쇄물을 어떻게 제작하는지, 그 과정을 나누는 창작자들의 모습과 그 이야기에 몰입해 귀 기울이는 관람객의 특별한 순간이 3일이라는 페어 기간 내내 이어졌다.
서울아트북페어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부터 전시실마다 만나볼 수 있었다. ©김은주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함께 신작, 굿즈, 아트 작품 및 이벤트가 준비되었다. ©김은주
행사의 주요 후원사인 노플라스틱선데이, 스티비, 슬로우스테디클럽, 토스플레이스, 한국파이롯트, 희녹은 각각의 부스에서 관람객과 소통하며 홍보, 배포, 판매 등을 했다. 슬로우스테디클럽에서는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총 4장의 책갈피를 한정 수량 판매했으며, 언리미티드 에디션만을 위해 특별한 아이템들을 행사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향을 판매하는 희녹에서는 룸스프레이 샘플을 나눠주며 향이 주는 기분 좋은 선물을 전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는 수준 높은 퀄리티의 아트북과 원화, 독립출판물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었다. ©김은주
랙센 매니퀴즈와 안수현 작가는 프로그램북 벽에 벽화처럼 그리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김은주
공식 프로그램에서는 '리슨투더시티', '소장각', '장우석+최지웅(with 한국파이롯트)', '주쓰', 'Happy Potato Press' 등 다양한 팀이 퍼포먼스 토크를 준비했다. ‘서로를 그리기’는 마닐라 근교에서 새를 그리는 작가 랙센 매니퀴즈(Raxenne Maniquiz)와 대구에 거주하며 풍경을 그리는 안수현 작가가 서로에게 좋아하는 자연물과 풍경을 소개하고 그것을 프로그램북 벽에 벽화처럼 그리는 프로그램이었다. 관람객들은 두 작가가 그리는 그림을 실시간으로 감상하며 함께할 수 있었다.

‘잠깐 낭독회’는 <응답하는 사람>, <타코라이프> 등의 작품을 제작자들의 목소리로 각 참가팀이 5분간의 순간들 속에서 책을 읽으며 작품과 사람을 잇는 다리가 되어 주었다.
손글씨 경필대회는 관람객 누구나 문장의 매력을 손글씨로 써보며 참여할 수 있었다. ©김은주
콜라주 편지 워크숍은 허정은 작가와 함께 글과 그림을 조합해 편지를 쓰는 프로그램이었다. ©김은주
특히 올해는 관람객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후원사 중 하나였던 한국파이롯트의 ‘손글씨 경필대회’는 관람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UE'에서 소개되는 책 중에서 발췌한 문장을 참여자들이 직접 써보며 손글씨만의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공유했다. 참여자들이 많아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콜라주 편지 워크숍'은 오래된 책 속의 문장들을 오려 내어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허정은 작가와 함께 글과 그림을 조합해 마음의 편지를 써보는 프로그램이었다. 감자가 귀엽게 그려진 부스의 주인이었던 네덜란드 출판사인 해피 포테이토 프레스와 함께한 ‘one word tea time’은 따뜻한 허브차를 마시고 단어 하나씩을 음미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소장각 팀과 함께한 ‘공꾸’는 동남아시아 문화권의 공양 문화와 각 제물이 가진 의미를 살펴보고 직접 나만의 공양 테이블로 꾸며 각자의 소원을 빌어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사랑의 메신저’, ‘방문객들의 개인기(리뷰)’ 등 참여자들이 가진 시각적, 문학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행사 내내 이어졌다. ‘사랑의 메신저’는 인상 깊게 봤거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참가팀에게 애정을 담아 응원을 전하는 관객 참여 이벤트였다.
각 부스에서는 창작자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 독립출판물을 만날 수 있었다. ©김은주

창작과 소통의 플랫폼,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아트북페어

1층부터 각 전시실마다 빼곡하게 들어선 창작자들의 부스를 방문하는 일은 신나고 즐거웠다. 군산 도서전 여행기를 담은 책을 처음 공개한 콜링 북스, 올해 첫 해외 특별판으로 만든 한국 제주도 호 편집부 ’신도+지나 낙서지도 맵‘을 증정한 d design travel 부스, 북페어에서만 선보인 귀여운 돌로 만든 배지가 인상적이었던 쿠쿠루쿠쿠, 올해 출간작들을 들고 나온 엣눈북스, 페어에서 처음 선보이는 파김치의 4컷 일기를 선보인 라마북스, 손 그림을 수작업으로 책을 만드는 엘 ell, 그래픽으로 재미있는 실험들을 볼 수 있었던 사색프레스, 음악을 읽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다섯 권의 책을 감상할 수 있었던 mp3.pdf 등 어디에서도 만나기 쉽지 않은 예술성이 뛰어나고 작품성이 대단한 독립 출판과 원화, 굿즈 등을 마주할 수 있었다.
창작자와 관람객이 소통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벤트도 열렸다. ©김은주
올해 'UE'에서는 제품을 판매하고 구매할 때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토스플레이스에서 제공하는 토스프론트를 도입해 약 40%의 참가팀이 이용할 수 있었다. 매년 페어를 방문하면서 왜 이렇게 다른 페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홍보 없이도 모여서 축제처럼 즐길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아트와 북이 만나 모든 이야기와 창작물이 모이고 책과 마음이 연결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에 대중이 마음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비결 중 하나였다.

현장 이벤트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누리집에서 마음에 드는 부스에 하트를 눌러 나만의 지도를 완성해 누리소통망(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나만의 하트맵 만들기’와 페어에서 구매한 책 속 마음을 울리는 한 문장을 사진에 담아 누리소통망(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문득 마주친 한 문장‘과 구매한 책을 2층 프로그램폼 앞에 놓인 기념 촬영대에 놓고 촬영한 사진을 찍어 누리소통망(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인생책컷’ 등 이벤트에 참여한 이들 중 3명을 선정해 UE16 공식 가방을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해마다 더 멋진 모습으로 발전되어 만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아트북페어’ ©김은주
"평소 아트북을 좋아했는데, 창작자와 직접 소통하며 작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페어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살 수 있어 해마다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아트북을 구매할 수 있는 부스에서 만난 대학생 이혜경(23) 씨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매해 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아트북페어’는 독립출판 시장의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으며, 국제적인 아트북페어로서 아시아와 영미권 예술가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행사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 출판사와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어 다양한 국가의 예술가들이 교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독립출판은 창작자 개인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지만 판매로 이어지고 매출을 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아트북페어’를 통해 독립출판과 아트북의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고 창작자와 소비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창작자와 예술가들이 그들의 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매년 더 멋진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출처:서울특별시, 내 손안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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