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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정보

이산가족의 가슴 저린 이야기, '희미한 기억, 짙은 그리움' 전시로 만나다

by 여.일.정.남 2024.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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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은 가족의 구성원 중 일부분이 전쟁, 자연 재해 등의 외부적 요인에 의해 흩어짐으로써 서로 만나지 못하게 되거나, 만날 수 있지만 여러 어려움 등으로 실제로 만나지 못하는 가족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과 북의 분단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을 의미하고 있다.

'이산가족의 날'은 이산가족 상봉이 어려운 현재 이산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023년 제정되었다. 명절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이산가족들의 염원을 담아 추석 전전날인 음력 8월 13일로 제정되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제2회 이산가족의 날을 기념해 9월 10일부터 10월 27일까지 '희미한 기억, 짙은 그리움' 전을 진행한다. 마침 방문한 날에는 전시 개막식과 함께 시민들의 참여가 가능한 체험 부스도 운영되고 있었다.

이산가족들의 짙은 그리움과 짧은 상봉의 시간이 담긴 전시

서울시와 통일부의 주최로 열린 전시는 입구부터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휴전선을 상징하는 철조망과 철조망 너머를 가리키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만날 수 없는 이산가족들의 절절한 모습을 보여 주는 듯했다. 

철조망에는 관람객들이 적은 이산가족 공감 메세지를 담은 일곱 가지 무지개 색 띠가 매어져 있었는데, 띠에는 통일과 남북 교류를 염원하는 메세지들이 가득했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이산가족 공감 메세지 띠에 이산가족 상봉을 염원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김민지

가족들과의 잊지 못할 추억이 담긴 물건부터 이산가족 상봉 절차까지

전시의 시작은 이산가족의 현황부터 보여 주었다. 이산가족으로 신청한 13만여 명 중 생존자는 4만 명이 채 안 되는 상황이라는 수치를 보니 분단된 현실이 여실히 와닿았다.

전시는 실제 이산가족들의 이야기, 인터뷰, 소장 물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운 나의 가족' 전시 영역에는 이순주 님이 남편에게 받은 색 바랜 편지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순주 님의 남편은 대학교 재학 중 평양의 한 중학교에 부임하게 되어 남쪽에 가족들을 둔 채 갑작스러운 6.25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되셨는데, 편지에는 가족을 걱정하는 평범한 가장의 마음이 드러나 있어 마음을 울렸다.

'추억과 그리움의 끈' 전시 영역에는 짧은 만남이었던 대면 상봉 당시 북측 가족에게 받았던 소중한 선물이나 전쟁 때 지녔던 이산가족들의 물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산가족 이훈 님이 북한의 가족 이순영 님에게 선물 받은 다과와, 김명옥 님이 1.4 후퇴 당시 머리에 쓰고 온 방한용 보자기는 실제로 보기 어려운 북한의 물건들이라 신기하기도 했지만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간직하신 마음이 보여 뭉클하기도 했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이산가족의 현황.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사망한 이산가족이 많다. ⓒ김민지
이산가족이 되기 전 남편에게 받은 편지에는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이 드러나 있다. ⓒ김민지
이산가족 상봉 당시 북한 가족에게 받은 다과 ⓒ김민지
1.4 후퇴 때 머리에 쓰고 온 방한용 보자기에 예쁜 자수가 놓아져 있다. ⓒ김민지

영정사진 촬영과 유전자 등록까지, 상봉을 위한 개막식 현장

방문했던 9월 12일 오후 4시에는 전시 개막식이 진행되었다. 개막식에 앞서 초청된 이산가족들은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가 마련한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을 한 후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장소에서 영정사진 촬영이 진행되었다. 담당자는 고령이신 이산가족들이 영정사진도 마련하지 못한 채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 이산가족의 날을 맞아 촬영을 진행한다고 설명해 주셨다.

영정사진 촬영 장소 뒤편에서는 유전자 채취가 진행되었다. 훗날 유전자를 통해 가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사전에 등록을 하는 작업이었는데, 유전자 검사 연구소에서 직접 조사를 위해 타액과 혈액을 수집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산가족이 되었는지에 대한 경위 조사도 진행되었다. 꽤 긴 시간 많은 질문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들은 한 가지라도 놓칠까 정성 들여 답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개막식 현장에서는 고령 이산가족의 영정사진 촬영도 진행되었다. ⓒ김민지
영정사진을 찍기 전 머리와 화장을 손질하는 모습 ⓒ김민지
훗날 가족을 찾기 위한 유전자 검사도 진행되었다. ⓒ김민지
조사자가 이산가족이 된 경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김민지

그리운 고향을 그리며 함께 부른 '고향의 봄'

개막식에서는 식전 공연과 시 낭독, 축하 공연이 진행되었다. 이산가족 2세이신 유재숙 님께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이산가족이 된 후 남한에서 새 가정을 꾸리셨지만 북한에 두고 온 아들 유인식 님을 잊지 않기 위해 자녀들의 이름을 비슷하게 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운 사람을 꼭 만나고 싶다는 내용인 도종환 시인의 <유월이 오면>도 낭독해 주셨다. 연락조차 할 수 없는 이산가족의 마음을 대변한 것 같아 개막식에 참석한 많은 이산가족들이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다섯 살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탈북한 북한이탈주민 가수 전향진 님은 탈북민으로서 지내는 이야기와 함께 북한 가요 <임진강>을 불렀다. 통일을 향한 염원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개막식 마지막 순서로는 모두가 함께 <고향의 봄>을 부르는 시간이 이어졌다. 개막식에 참석한 이산가족들은 <고향의 봄>을 부르며 헤어진 가족과 고향 생각에 눈물을 보이는 분도 많았다. 분단의 아픔과 이산가족의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이산가족 2세 유재숙 님의 시 낭송은 이산가족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김민지
북한이탈주민 가수 전향진 님은 개막식 축하 공연에서 북한 가요 <임진강>을 열창했다. ⓒ김민지
개막식 마지막 순서로 <고향의 봄>을 한 목소리로 부르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김민지
체험 부스를 통해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 세 분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고 생사마저도 알 수 없어 애타는 가족들의 인터뷰와 함께 부스 관계자 분들은 남과 북의 관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함을 알려 주었다.

이산가족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실제 북한 가족들에게서 받은 물건들을 만날 수 있는 '희미한 기억, 짙은 그리움' 전 10월 27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에서 진행된다. 가족들과 방문해 전시를 둘러보며 지금 옆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 북한 억류 선교사 3인의 사연을 듣고 빠른 송환을 염원하는 메세지를 작성해 보았다. ⓒ김민지
  • 남한말과 북한말의 차이를 알아보는 우리말 겨루기를 하고 상품을 받을 수 있다.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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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기억, 짙은 그리움' 전

○ 기간 : 2024. 9. 10.(화) ~ 10. 27.(일)
○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55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
○ 교통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에서 도보 7분,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도보 8분
○ 관람시간 : 화~일요일 9:00 ~ 18:00 (매주 금요일 21:00까지 연장 운영)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
○ 문의 : 02-724-0274~6

출처:서울특별시, 내 손안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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