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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정보

반복 또 반복! 여럿이 모여 만들어내는 특별한 놀이풍경

by 여.일.정.남 202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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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에스플러스건축이 기획한 어린이 놀이풍경 워크숍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하나하나 모듈을 구성해서 최종적으로 합친 집합적인 놀이풍경을 만들어냈다.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35) 반복으로 함께 구성해보는 놀이풍경

눈이 온 후 여러 장소에서 눈오리떼가 목격된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십 마리씩. 오리 모양의 눈 틀로 찍어내어 나란히 세워놓은 그 오리들은 군집으로 있기에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하는 풍경이 된다. 한 마리만 덩그러니 있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외로울까?

우리 도시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은 반복되고 있다. 한강의 교각이 반복돼 있는 것은 어느 시점에서 보면 심지어 고딕 성당의 줄지어 있는 열주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단일하고 커서 랜드마크인 경우도 있지만 여러 개가 함께 있어서 더 힘있는 랜드마크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 초등학교의 건물 간 연결통로에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놀이구조물이 모여 그저 통로에 지나지 않았던 삭막한 공간이 다양한 상상과 관찰이 채워지는 놀이풍경이 됐다.
그러니 실외 놀이터나 실내 놀이공간 같은 놀이풍경에서도 서로 다른 것의 조합에 의해서가 아닌 한 가지 요소의 반복에 의해서 더 다양한 가능성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반복을 어린이들이 직접 하나씩 구성해본다면 다 같이 모여서 ‘집합적인 풍경’, 우리의 놀이풍경이 만들어짐을 몸으로 체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반복과 패턴으로 짓는 놀이풍경 워크숍

필자는 건축가로서 어린이 건축교육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다양한 방식의 실제 공간을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해 짓는 방식을 적용해본 적이 있다. 종이 위나 책상 위 작은 모형에서 기존의 건축물을 흉내 내서 짓는 것보다, 실제 자신의 몸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지어보는 것은 기억에 남을만한 공간감으로 각인될 수 있다.
기존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어린이들이 직접 구성한 놀이풍경을 관통하며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덩어리와 선적인 요소들이 반복되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실제 크기의 공간을 지을 때 기존의 기둥, 바닥, 천정 같은 건축 요소로 지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반복되는 일상적 재료나 추상적인 입체 도형을 각각 만들어서 서로 합쳐볼 수도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곤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익숙한 재료의 새로운 발견으로 시각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고, 각각 혼자 작업했던 것이 서로 합쳐지면서 집합적인 풍경에 대한 가치를 느끼게 된다.
반복된 모듈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서로 이어지며 일상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빛과 공간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구조물을 언제든 머리에 쓰고 싶어 한다.
그 작업에서 협업의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혼자서는 작은 단위를 만들었는데 여럿의 단위가 모이며 큰 공간이 되는 경험, 마치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지만 전체가 모이면 오케스트라가 되는 경험에 비할 수 있겠다. 각각의 단위 또한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의 개성을 조금씩 담고 표현할 수 있게 설계한다면 집합적 풍경은 더욱 다채로워질 것이다.
단위구조물을 어떻게 쌓느냐에 따라 같은 구조물로 다른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두 개, 네 개, 여덟 개로 조합되며 커지는 과정

사실 반복(Repetition)은 ‘디자인 원리(Design Principle)’ 중 하나다. 반복되기에 패턴이 만들어지고, 반복되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더해진다. 공간 디자인에서는 반복되기에 구조적인 안정성이 생기기도 한다. 여러 개 반복돼 쌓여 있는 오렌지 하나를 잘라보면 그 안에도 여러 개의 오렌지 조각이 부채꼴 모양으로 반복돼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각각의 오렌지 조각도 그 안에 작은 알갱이들로 반복돼 채워져 있다.
오각형으로 된 집 모양의 키트가 2개씩 이웃하고 두 세트가 모여 4개로 구성된 단위가 되며 그 단위 2개를 서로 맞대어 총 8개로 이뤄진 구조가 완성된다.
이런 방식으로 반복하며 배수로 확장되는 입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서 적용해보곤 한다. 입체 도형의 학교 수학과정에 대한 연계와 2개, 4개, 8개로 반복돼 늘어나면서 그게 하나의 큰 모듈이 되는 것은 수학적, 공학적 과정을 몸으로 체험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만드는 과정은 어린이들 각각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서 느리기도 빠르기도, 꼼꼼하기도 거칠기도 하는 등 다양하다. 그렇지만 그 모든 구조가 최종적으로 합쳐질 때 서로간의 다름이 보완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입체적인 실제 사이즈 구성 전에 사진 위에 콜라주를 통해서 배치를 구상해 볼 수 있다. 단순히 잘라서 붙이는 것을 넘어 그 안에 새로운 세계를 그려 넣고 도형의 특성을 고려해 서로간에 결합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고민해보게 된다.
입체적으로 구성되는 것은 단순히 도형의 배열을 넘어서 그 안에 이야기를 담는 과정이기도 하다. 콜라주를 통해서 그런 스토리텔링을 표현하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은 늘 놀랍다.

다른 반복 재료에 의한 놀이풍경 워크숍

이런 ‘반복’과 ‘패턴’을 기본으로 한 어린이 건축 워크숍은 입체 도형이 아닌 익숙한 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적용해보면서 발전되기도 했다. 사실 건축학교 대학생들이나 기성 건축가들도 이런 방식으로 파빌리온(정자 혹은 목적 없는 구조물)이라는 것을 짓는 경우가 많다.

훌라후프 수백 개를 이용해서 돔을 만드는 건축가, 철사 옷걸이를 조합해 큰 파빌리온을 짓는 건축가 등 남들이 쓰지 않은 재료를 사용해 그 재료의 특성을 고려한 조합 방식으로 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도 세계 최초로 ‘빨래바구니’를 사용해 팝업 패션쇼 구조물을 만든 적이 있다. 특히 빨래바구니를 어린이들도 쉽게 다루고 결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서 어린이 건축 워크숍에서도 종종 사용하고 있다.
접을 수 있는 망사형 빨래바구니를 이용한 유연한 어린이 파빌리온과 단단한 플라스틱 빨래바구니를 직접 연결해 돔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간 아이들.

세계의 반복구조 놀이풍경

이렇게 반복되는 구조물은 실제 놀이터에도 사용되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에선 아직 본격화되지 못했으나 미국에서는 장소에 유일한 놀이터 디자인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 하나의 단위 구조물을 개발해 장소에 상관없이 조합해 설치할 수 있는 방식도 발전시키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구조물은 현장이 아닌 공장에서 생산돼 품질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주변의 풍광이 근사한 곳에 놓인다면 놀이풍경 자체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장소성 도한 보완할 수 있다.
미국 아이오와 주의 과학센터 안에 있는 입체 도형 놀이구조물. 3차원 곡면으로 된 동일한 모듈을 연속적으로 붙이면 그 안을 탐험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된다.
또한 1960년대부터 뉴욕 센트럴파크 내의 놀이풍경들을 디자인하며 별도로 플레이큐브(playcube)라는 입체 놀이 구조를 개발한 건축가 리차드 다트너(Richard Dattner)는 최근에도 산업디자인 회사와 협력해 발전된 재료와 형태의 플레이큐브를 시카고, 보스턴, 싱가포르 등 여러 도시에 세우고 있다.
미국 시카고를 흐르는 강 옆인 리버워크에 놓인 플레이큐브. 펀칭메탈로 경량감과 내구성을 갖고 있다.

명지 플레이퍼니쳐

필자와 이유에스플러스건축도 우리나라에 이런 단위가 반복되는 놀이풍경을 디자인한 적이 있다. 충북 제천에 위치한 명지초등학교는 구석기 시대 유물로 유명한 지역이기에 구석기 돌에서 영감을 받아서 다각형의 단위 구조물을 만들어 네 번 반복해 구성했다.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팔각형을 가진 입체 도형을 단위 모듈로 만든 명지초 플레이퍼니쳐. 그 안과 위, 밖과 사이에서 어린이들은 다양한 방식의 놀이를 창작해내며 논다.
놀이풍경 워크숍에서 어린이들이 보여준 풍부한 상상력과 집합적 풍경만큼이나 근사하고 멋진 반복형 놀이풍경이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나길 기다린다. 어린이들의 시각을 다채롭게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출처:서울특별시, 내 손안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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